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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신뢰입니다. 틀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틀려도 믿을 수 있는 것
신뢰는 검토를 없애지 않고 중요한 검토를 가능하게 한다. 실수와 반대 의견을 다루는 태도에서 드러나는 팀의 기반.

DEEP WITHIN.SOFTWARE
PEOPLE
A BRIGHTER TOMORROW.
혼자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을 나눕니다. 누군가는 설계하고, 누군가는 개발하고, 누군가는 시험합니다.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을 하고 그 결과를 다음 사람에게 전달합니다.
사람들은 앞 단계의 사람이 책임감 있게 일을 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일합니다. 물론 믿는다고 해서 확인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신뢰하는 사람이 작성한 코드도 리뷰하고, 시험 결과도 확인합니다.
신뢰의 차이는 확인하느냐, 확인하지 않느냐가 아닙니다. 무엇을 어디까지 확인해야 하느냐에 있습니다. 신뢰할 수 없다면 결과가 만들어진 과정 전체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정말 실행해봤는지? 문제가 있는데 이야기하지 않은 건지?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판단하지는 않았는지? 신뢰할 수 없다면 끊임없이 의심하게 됩니다.
반대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일한다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전제에서 검토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문제를 바라보는 데 시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뢰는 검토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정말 중요한 것을 검토할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일을 할 때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일까?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는 내가 결정할 수 없습니다. “나는 열심히 하고 있다.” “나는 책임감이 있다.” “나는 솔직하게 일하고 있다.”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뢰는 결국 상대방의 판단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나를 내 입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나에게 일을 맡겼다면 나에게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까? 내가 “확인했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내가 문제없다고 이야기했을 때 상대방이 다시 처음부터 확인하고 있지는 않을까? 문제가 생겼을 때 나에게 이야기하고 싶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사람들이 실제로 나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에서 더 잘 보일지도 모릅니다.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면 신뢰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왜 사람들은 저렇게 행동할까? 왜 사람마다 동일한 정보를 다르게 말하는 걸까?
사내의 설문조사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겠군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시간을 들여 자신의 생각을 적습니다. 무엇이 불편한지 생각하고, 무엇이 달라졌으면 좋을지 의견을 남깁니다. 하지만 의견을 낸 이후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을 계속해서 느끼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조직에서 무언가를 갑자기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모든 의견을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변화가 어렵다면 적어도 설명은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제안한 것이 검토되고 있는지, 어떤 이유로 반영하기 어려운지, 앞으로 어떻게 다뤄질 예정인지.
아무런 피드백도 없다면 사람들은 조금씩 학습합니다. “내가 이야기해도 바뀌는 것은 없구나.” 그 순간부터 설문에 자신의 시간을 쓰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이 됩니다. 의견은 점점 짧아지고, 결국 아무것도 적지 않게 됩니다.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생깁니다.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다수가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완벽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용자의 불편사항은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요청마다 거절하고 보수적으로 의견을 계속해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도 불편사항도 문제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없어서 해결되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말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학습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아주 위험한 상태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프로그램이 굉장히 잘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개선 요청도 줄었습니다. 불만도 줄었습니다. 보고되는 문제도 줄었습니다. 문제가 사라진 게 아니라, 문제를 이야기하는 사람만 사라진 것뿐입니다. 그래서 조용하다고 느끼면 가끔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더 이상 문제를 말하지 않는 것일까?” 신뢰가 무너지면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기 전에 먼저 침묵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침묵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실제 상황을 알기 어려워집니다.
누군가 팀에 왔을 때, 누구에게 질문하는지 본 적이 있나요? 담당자가 바뀌었을 때, 전화의 빈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물론 단순히 친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직급이나 경력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바라보고 있으면, 질문했을 때 귀찮아하지 않고 들어주는 사람 당장 답을 모르더라도 알아보고 다시 이야기해주는 사람 안된다고 말할 때, 안되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이를 믿을 수 있는 사람 이런 경험은 상대방에게 이번에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못했더라도, 다음번에도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다시 찾게 됩니다.
모든 의견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신뢰를 얻기 위해 모든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에서는 거절해야 하는 경우가 훨씬 많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용 여부보다 그 의견이 어떻게 다뤄졌느냐입니다. 결론은 똑같이 “이번에는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 어려운지 설명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제대로 검토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검토는 되고 있구나.”
“내가 이야기한 문제를 알고는 있구나.” “내가 모든 이유를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무언가 이유가 있구나.” 이런 경험이 쌓이면 이번에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못했더라도 다음에 다시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뢰가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진지하게 다루는 것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원하는 답을 주는 것보다 내가 당신의 말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물론 기본적인 것들이 있습니다. 한 말을 지키는 것.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 확인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말하지 않는 것. 문제가 생기면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 하지만 저는 이것만으로 신뢰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신뢰는 결국 상대방이 나에게 기대하는 책임의 수준에 내가 도달해가는 과정에서도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나에게 일을 맡겼다면 그 사람이 어디까지 기대하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단순히 요청받은 일을 끝내는 것으로 충분한지, 결과를 한 번 더 확인해야 하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먼저 알려야 하는지, 다음 사람이 일하기 좋은 형태로 전달해야 하는지. 내가 생각하는 '충분함'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이 기대하는 '충분함'을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주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내가 열심히 했는가보다, 다른 사람이 나를 믿고 다음 일을 시작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신뢰는 마음속의 다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경험할 수 있는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틀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틀려도 믿을 수 있는 사람
그렇다고 신뢰받는 사람은 항상 일을 잘하고 항상 옳은 판단을 하는 사람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못해도 됩니다. 사람은 성장하니까요. 틀려도 됩니다. 누구나 잘못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못했을 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은 모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 틀렸을 때 변명하기보다 잘못을 인정하고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 문제가 생겼을 때 숨기기보다 더 커지기 전에 이야기하는 사람.
저는 그런 사람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해서 믿는 것이 아닙니다. 잘했을 때뿐만 아니라 잘못했을 때 어떻게 행동할 사람인지 알기 때문에 믿는 것입니다. 신뢰는 실수하지 않은 기록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실수했을 때 보여준 모습까지 오랜 시간 쌓이면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신뢰하는 사람은 틀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틀려도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신뢰받고 싶다면 먼저 신뢰해야 합니다
그리고 신뢰는 혼자 만들 수 없습니다. 내가 상대방에게 신뢰받고 싶다면 나 역시 상대방을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의 모든 행동을 의심하고, 하나하나 확인하고, 아무것도 맡기지 않으면서 나만 믿어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아무 조건 없이 모든 것을 믿으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중요한 일에는 검증이 필요하고, 신뢰 역시 경험을 통해 조금씩 만들어져야 합니다. 작은 일을 맡겨보고, 상대방의 판단을 존중해보고, 내가 가진 정보를 솔직하게 공유하고, 상대방이 의견을 이야기했을 때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약속을 지키는지,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경험하면서 서로 더 큰 것을 맡길 수 있게 됩니다. 신뢰는 요구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조금씩 건네면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신뢰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모든 분야를 알 수 없습니다. 모든 일을 직접 할 수도 없고, 모든 결과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확인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다른 사람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그 위에서 다시 자신의 일을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신뢰가 없다면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합니다. 반대로 신뢰가 있다면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을 믿을 수 있는지 알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뢰가 있어야 일을 맡길 수 있습니다. 신뢰가 있어야 서로의 판단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신뢰가 있어야 문제가 있을 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신뢰가 있어야 듣기 싫은 이야기도 전달됩니다. 그리고 신뢰가 있어야 서로 다른 사람들의 능력이 하나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뢰를 단순히 인간관계를 위한 좋은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신뢰는 정보가 흐르게 하고, 일을 나눌 수 있게 하며, 조직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게 만드는 인프라입니다.
능력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크기를 키웁니다. 하지만 신뢰는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의 크기를 키웁니다. 그래서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만큼이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가 한 말을 다른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사람. 내가 맡은 일을 다른 사람이 안심하고 내려놓을 수 있게 하는 사람.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들이 숨기기보다 나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내가 틀렸을 때조차 어떻게 행동할지 믿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서로를 믿고 연결될 때 각자의 능력은 비로소 조직의 능력이 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신뢰입니다.
책을 읽는 이유는 답이 아니라, 내 생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책과 기록은 이미 안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묻게 한다. 수많은 목소리 속에서 내 생각을 잃지 않기 위해 읽는다는 것.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질문은 멈춥니다
같은 질문에도 경험과 관점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온다.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도 질문을 멈추지 않으려는 이유.

직관은 경험이 압축된 결과입니다
빠른 판단 뒤에는 경험과 학습이 쌓여 있다. 직관을 결론이 아닌 확인할 신호로 받아들이고, 근거로 교정하는 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