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oughts
직관은 경험이 압축된 결과입니다
빠른 판단 뒤에는 경험과 학습이 쌓여 있다. 직관을 결론이 아닌 확인할 신호로 받아들이고, 근거로 교정하는 태도.

DEEP WITHIN.SOFTWARE
PEOPLE
A BRIGHTER TOMORROW.
우리는 가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판단을 합니다. “이 사람은 왠지 조금 쎄하다.” “이 코드는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이 설계는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이런 것을 흔히 직관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직관이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생겨나는 감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직관은 수많은 경험과 학습이 무의식 속에 쌓이고, 그것들이 압축되어 아주 빠른 판단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보는 직관도 경험에서 만들어집니다
사람을 보는 것도 그렇습니다. 처음 사회생활을 할 때는 사람을 잘 모릅니다. 어떤 말이 진심인지, 어떤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지, 지금 느끼는 불편함이 단순한 선입견인지 실제로 무언가 이상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경험이 쌓입니다. 처음에는 좋게만 보였던 사람이 나중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사소하게 느껴졌던 말과 행동이 사실은 그 사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기도 합니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비슷한 사람을 만났을 때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 듭니다. 왜 그런지 하나하나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과거에 봤던 표정, 말투, 행동, 태도와 비슷한 무언가를 이미 감지한 것입니다.
개발의 직관도 경험에서 자랍니다
개발에서도 비슷합니다. 경험이 적을 때는 동작하는 코드가 좋은 코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많은 코드를 읽고, 직접 만들어보고, 장애를 겪고, 유지보수를 해보고, 잘 만들어진 오픈소스와 좋은 설계를 계속 접하다 보면 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코드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책임이 제대로 분할이 안 된 것 같은데.” “지금은 괜찮지만 기능이 늘어나면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추상화 레벨이 너무 높은 것 같은데” 처음에는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대부분 이유가 있습니다.
책임이 지나치게 몰려 있거나, 의존성의 방향이 이상하거나, 변경 가능성이 높은 부분과 낮은 부분이 강하게 결합되어 있거나, 과거에 수없이 문제를 만들었던 구조와 닮아 있습니다.
숙련자는 모든 경우의 수를 처음부터 계산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례를 접하면서 만들어진 패턴이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빠르게 느끼는 것입니다.
그래서 직관을 기르는 것은 어렵습니다. 단순히 오래 한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비슷한 경험만 반복하면 익숙함은 생길 수 있어도 보는 눈이 넓어지지는 않습니다. 많은 것을 배워야 하고, 좋은 것을 많이 봐야 합니다.
좋은 코드가 무엇인지 보지 못한 사람에게 좋은 코드에 대한 직관이 생기기는 어렵습니다. 좋은 제품을 많이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이 무엇이 자연스러운 UX인지 알아채기도 어렵습니다. 좋은 글을 읽지 않고 좋은 문장을 알아보는 감각을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좋은 사례뿐 아니라 나쁜 사례도 많이 봐야 합니다. 직접 실패해보고, 이상한 구조를 유지보수해보고, 사람을 잘못 판단해보면서 무엇이 문제의 신호였는지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그렇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모두 머릿속에 쌓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논리적으로 계산하지 않아도 됩니다. 먼저 느낌이 옵니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 그 뒤에 논리가 따라옵니다.
물론 직관이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사람에 대한 직관은 편견이나 선입견과 섞이기 쉽기 때문에, 느낌만으로 사람을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개발에서도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방식을 잘못됐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직관은 결론이 아니라 신호입니다
그래서 직관은 결론이라기보다 확인해볼 가치가 있는 신호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직관이 방향을 가리키면 논리와 근거로 다시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확인 과정에서 직관이 틀렸다면, 그 경험 역시 다시 쌓입니다. 그렇게 직관은 조금씩 교정됩니다.
좋은 직관에는 좋은 재료가 필요합니다
결국 좋은 직관을 가지고 싶다면 좋은 직관을 가지려고 노력하기보다, 좋은 재료를 계속해서 머릿속에 넣어야 합니다.
많이 배우고,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고, 실패한 이유를 되짚어봐야 합니다. 당장은 그것들이 어디에 쓰일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쌓인 것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어딘가 무의식 속에 남아 있다가, 언젠가 우리가 판단해야 하는 순간에 아주 짧은 한마디로 나타납니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그 한마디의 뒤에는 생각보다 많은 경험이 쌓여 있습니다.
책을 읽는 이유는 답이 아니라, 내 생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책과 기록은 이미 안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묻게 한다. 수많은 목소리 속에서 내 생각을 잃지 않기 위해 읽는다는 것.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질문은 멈춥니다
같은 질문에도 경험과 관점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온다.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도 질문을 멈추지 않으려는 이유.

거인의 어깨에 올라간다는 것
이해되지 않는 선택 앞에서 내가 놓친 풍경을 묻는다. 결론뿐 아니라 그 결론에 이른 경험과 시야를 배우는 일.
